1. 은퇴 후의 삶, 새로운 시작을 향한 도전
삶은 때로 예측할 수 없는 만남으로 가득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인턴>은 바로 그런 만남을 통해 세대 간의 차이를 뛰어넘는 따뜻한 유대와 성장을 그린 작품입니다. 70세의 은퇴자 '벤'과 20대의 신생 기업 CEO '줄스'의 조우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일과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주인공 벤(로버트 드 니로)은 평범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은퇴자입니다. 남은 인생을 여행이나 취미로 채우기보다는 여전히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합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신생 패션 회사 ‘어바웃 더 핏’의 고령 인턴 프로그램입니다. 나이와 경험이 무색한 디지털 시대에 70세의 인턴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벤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진지합니다. 타자기를 다루던 시대를 살아온 그가 스마트폰과 SNS, 클라우드 시스템을 마주하는 장면은 세대 간의 기술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미소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벤은 단순히 시대에 뒤처진 인물이 아닙니다. 오랜 직장 생활에서 쌓은 소통 능력과 세심한 관찰력으로 점차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어갑니다. 수트를 차려입고 출근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인의 캐주얼한 업무 문화와 대비되지만, 오히려 그 차이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벤이 사무실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은퇴’와 ‘은퇴 후’를 재정의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나이와 경력은 진정한 경쟁력과 열정을 가로막는 장벽일까요?
줄스(앤 해서웨이)는 탁월한 아이디어로 회사를 일으켰지만, 성장통을 겪는 CEO입니다. 그녀는 업무의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가정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갑니다. 회사가 확장되면서 투자자들은 경험 많은 CEO를 영입하라고 압박하고, 줄스는 자신의 자리와 아이디어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앤 해서웨이는 이 역할에서 강인함과 취약함을 동시에 표현하며, 현대 여성 리더가 겪는 사회적 압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초반에 줄스는 벤을 불편한 존재로 여깁니다. 나이 많은 인턴이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지,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지 걱정합니다. 하지만 벤은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조언자가 되어줍니다. 자신의 경험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줄스가 놓친 부분을 채워주는 그의 모습은 ‘멘토’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웁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를 넘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동반자로 발전합니다.
2. 디지털 시대에 던지는 아날로그적 성찰
영화는 기술 중심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상기시킵니다. 줄스의 회사가 온라인 판매로 성공했듯이, 디지털화는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때론 인간적 온기를 앗아갔습니다. 벤은 아날로그 시대의 매너와 세심함으로 회사에 새로운 문화를 심습니다. 동료들의 생일을 챙기고, 사무실의 어수선한 공간을 정리하며, 말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동료에게 차 한잔 건네는 그의 모습은 소소하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특히 벤이 줄스의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중에 차를 몰고 가는 장면은 두 인물의 관계가 단순한 직장 동료를 넘어선 순간입니다. 여기서 영화는 일과 삶의 경계, 그리고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줄스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가정을 소홀히 했고, 벤은 과거 일중독으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두 사람의 과거가 교차되며, 관객은 치열하게 일하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인턴>은 세대 간의 편견을 해체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립니다. 젊은 직원들은 처음에 벤을 ‘시대 착오적’ 인물로 바라보지만, 점차 그의 배려와 지혜에 마음을 엽니다. 반대로 벤도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벤이 동료들과 함께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거나, 줄스를 위해 유튜브에 업로드된 안 좋은 영상을 삭제하는 에피소드는 서로 다른 세대가 공존하며 배워가는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양방향의 성장을 강조합니다. 줄스는 벤에게서 리더십과 삶의 균형을 배우고, 벤은 젊은 세대의 유연함과 창의성을 흡수합니다. 특히 벤이 “경험은 결코 낡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대사는 세대 간의 경쟁이 아닌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줄스는 투자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벤의 지원과 자신을 향한 믿음이 그녀에게 용기를 준 순간입니다. 동시에 줄스는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일과 가정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합니다. 벤 역시 홀로 남은 삶을 외롭게 여기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으로 채워나갑니다.
<인턴>은 해피엔딩을 넘어 현실적인 위로를 전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고, 때론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교류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따뜻한 케미스트리는 물론, 세대와 성별을 넘어선 존중과 배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여운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내 곁에도 벤 같은 이가 있을지, 혹은 나 자신이 누군가의 벤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죠. 세대를 막론한 소통과 배려가 만들어내는 힘을 믿게 되는 영화, <인턴>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작지만 확실한 위안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