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겉으로 봤을때는 성공한 변호사와 의사의 가족들 이야기
영화 보통의 가족은 설경구(재완 역)와 장동건(재규 역)이 형제로 나오며 그 두 가족간의 이야기이다. 잘나가는 변호사인 재완과 직업의식이 투철한 재구, 초반에는 두형제의 극명한 인생의 철학과 신념을 보여준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는 재완은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사망케한 가해자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동생 재완은 자상한 소아과의사로서 병원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다.
재완과 재의 식구들 또한 각각의 인생철학을 가지고 있다. 재완과 결혼한 아내인 수현, 우연히 재완의 사무실에 떡을 배달하다가 눈이 맞아 결혼까지 하게되어 늦둥이 둘째를 낳게 되었다. 재완에게 수현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둘째부인이다. 동생부부와의 식사자리에서 초장을 듬뿍찍어 먹는 모습이나 재완의 전부인의 딸인 혜윤과 리모컨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관객들에게 약간은 어리숙한 모습을 비추려했던 감독의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러나 단순히 그 모습이 혜윤의 전부는 아니다.
동생 재규의 아내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며 고등학생 아들과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충실하게 뒷바라지하는 아내이자 며느리, 그리고 엄마이다. 젊었을때 해외봉사활동을 한 이력도 있고, 해외봉사 홍보영상에 나온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오열하다시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형수인 수현을 '저기요'라고 부르며 형수로 인정하지 않고 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2. 재완과 재규의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 사건이 발생하다
재완의 혜윤, 재규의 아들 시호는 각각 고3, 고2 이다. 혜윤은 아빠의 머리를 물려받아 외국 명문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그러나 시호의 공부를 봐주러 작은집에 왔을때 시호의 방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단순한 모범생이 아닌것을 암시한다. 시호 역시 학폭 피해자로 묘사되어 나약한 캐릭터인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타난다.
영화 중후반까지는 스토리 전개보다는 인물들 각각을 표현하려는 감독의 의도때문인지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그러나 노숙자 폭행 CCTV동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영화속 인물들을 한점으로 모두 끌어들이면서 우리들의 시선도 집중시킨다. 노숙자를 폭행한 범인이 혜윤과 시호로 좁혀지면서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두 부모, 재완과 재규 부부는 서로의 신념을 충돌시킨다.
흥미로운점은 CCTV 사건을 계기로 재완과 재규의 신념이 바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노숙자의 사망에도 충격을 받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안도하는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노숙자의 장례식장에서 딸의 미국 명문대학 합격전화를 받고서도 그저그런 반응을 나타내면서, 그때부터 신념의 변화를 다짐했다. 어쩌면 영화 중반부 자신이 변호했던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사과를 종용하는 장면에서 보이듯이 재완은 캐릭터가 변화한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장 인간적인 성격과 신념을 가진 인물이 아니였을까.
3. 진정한 부모와 가족의 역할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영화
재규와 그의 아내 연경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처럼 바뀌어간다. 처음에는 시호에게 자수를 강요할 것 같던 재규도 시호의 죄책감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보면서 재규의 신념도 흔들린다. 아니 흔들려야했다. 부모로서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작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던 인물이 재규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아내를 희생시켜 치매걸린 노인을 봉양하려는 모습이나, 감정에 휘둘려 자식과 부하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그런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를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본인의 커리어를 쌓느라 식구들에게 소홀했던 부모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알아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어른이 될때까지는 이끌어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교류가 상당히 중요하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자식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역할이다. 그런면에서 재완과 재규는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